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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08.5.4 ~ 2008.5.4 (1일)
컨셉: 도시를 떠난 휴양&자연여행
경로: 산가브리엘 저수지 → Mt. Baldy → 온타리오 아웃렛


작년 10월에 처음 LA에 도착한 날 밤에 비가 많이 왔다. 다음날 아침에 맑게 개인 하늘 아래, 저 멀리 흰눈이 덮인 높은 산(山) 들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2005년 7월에 LA에 왔을 때는 '그냥 높은 산들이 북쪽에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작년 10월부터 그 산들 꼭대기에 쌓인 하얀 눈은 올해 4월이 되어야 시야에서 거의 사라졌던 것 같다. 미국생활의 긴장감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예전처럼 주말의 기상시간이 많이 늦어졌던 지난 일요일에, 늦은 아침을 먹고 아내와 커피를 마시면서 어디를 갈까 이야기 하다가 우리 동네 - 즉, LA의 뒷산에 가 보기로 했다. 산 이름이 Mt. Baldy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고, 아내가 어디서 좋다고 들은 Crystal Lake에도 가 보기로 했다. 한국으로 치면 분당에 살고 있는 사람이 서울 북한산 입구까지만 차를 타고 가보기로 하고 집을 나선 것으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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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의 한남체인에서 점심으로 먹을 김밥 2개를 사서, 605번 고속도로에 올려서 북쪽으로 끝까지 달린 다음에 39번 도로를 찾았다. 우리집앞의 Beach Blvd가 39번인데, 그 길이 여기까지 이어져서는 이름이 San Gabriel Canyon Rd로 바뀌어서 산 속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LA북쪽의 높은 산 들이 있는 산가브리엘 산맥(San Gabriel Mountains) 을 만난 것이다.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2개의 큰 인공 저수지가 나오고 나서 갈림길이 나왔다. 산가브리엘 저수지에서 바로 Mt. Baldy로 넘어가는 Fork Rd를 만난것인데, 우리는 먼저 Crystal Lake에 가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계속 39번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뭐야? 조금 올라가다가 길이 통행금지다! 집에 와서 알아보니까, 몇 번의 산불과 산사태로 Crystal Lake까지 가는 39번 도로는 2001년 이후로 폐쇄되어 있는데, 워낙 경사가 급해서 새로 도로를 만들기 위한 공사비가 3천만불(?)이나 들어서 손을 못대고 있다고 한다. Crystal Lake도 매우 크고 유명한 캠핑장소였던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현재는 역시 폐쇄되어 있는 것 같다.

차를 돌려서 내려오는 길에 저수지 위쪽의 조그만 계곡 옆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길래, 점심을 먹기 위해서 차를 세우고 김밥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서 미국에 온지 6개월만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온 계곡이 쓰레기로 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자연히 그 계곡에서 물놀이와 캠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눈이 갔는데, 모두 히스패닉계 사람들이었다. 올라오는 길에, 여기는 주정부에서 관리하는 숲이기 때문에 쓰레기 버리면 벌금이 $1,000 이라는 표지판을 분명히 봤는데, 이 사람들이 다 영어를 모르는 것은 아닐테고... 딱 분위기가 70년대말의 한여름의 한국 계곡 같았다. 아마도, 길이 폐쇄된 곳 바로 아래이기 때문에 관리를 안 하는 곳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관리실에서 설치한 공중 화장실과 대형 쓰레기통도 있었는데... 인종적인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지만(왜냐하면 우리도 이 땅에서는 그 '편견'의 대상자니까), 그래도 이번 경우에는 여기에 놀러 오는 히스패닉들이 원인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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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Mt. Baldy쪽으로 가로지르기 위해서 저수지를 건너서 계곡을 따라 달리는 Fork Rd를 달린 후에 Glendora Mountain Rd를 만나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볼 때 예상했지만, 산비탈의 경사가 제법 급하다. 하지만, 역시 자동차의 나라, 미국답게 도로를 아주 잘 만들어 놓았다. 불필요한 오르막이나 내리막 없이 계곡에서 고개까지 산옆구리를 일정한 경사로 깍아 놓았다. 위의 사진이 거의 고개를 다 올라와서 내려다 보고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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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에 올라가면 길이 갈라지는데, 남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면 다시 LA가 나온다. 우리는 고개 위에서 이름처럼 능선을 계속 따라가는 Glendora Ridge Rd로 계속 가야 하는데, 이 길은 중앙선도 없지만 능선 위를 달리니까 좌우로 시야가 탁 트여있는 정말 멋진 길이었다. 위의 사진을 확대해 보면 능선을 따라서 도로가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저수지에서부터 약 40km의 산길을 달려서 Mt. Baldy 빌리지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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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제 길이름은 Mt Baldy Rd로 바뀌었고, 한국에서의 기억을 되살리며 스키장입구가 나오려면 여기저기 렌탈가게들이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운전을 했는데, 아무 것도 안나온다... 빌리지가 끝나자 울창한 숲만 계속 나오다가 등산객들이 많이 보이는 주차장이 나오길래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좀 걸어 올라가 보았다. 계곡 이름이 'Icehouce Canyon'이었는데, 역시나 물이 맑고 차가웠다. 여기는 아주 깨끗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들과 백인들만 많고, 히스패닉은 거의 보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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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큰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왠 30년은 된 듯한 빨간색 포르쉐가 한 대 덩그러니 서있다. 전시용(?)인가 생각했는데, 번호판도 제대로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누가 타고 온 모양이다.

심각하게 꺽인 지그재그를 몇 번 올라가자, 마침내 시멘트로 포장된 주차장과 건물(?)이 나왔다. <Mt. Baldy Ski Lift> 라는 표지판이 조그많게 붙은 컨테이너 가건물이었다! 스키장을 가려면 여기서 돈을 내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야 되는 것 같았다. 한 20명쯤 되는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이 등산을 마치고 차에 나눠 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사람도 없고, 리프트 가격이 어른 $15인데다 날씨도 매우 쌀쌀했기 때문에 그냥 돌아서 내려오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온타리오 아웃렛에 들러서 아내의 바지와 딸아이의 운동화를 사고 저녁을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총 운전한 거리는 125마일, 그러니까 딱 200km 였다.

참, 이렇게 이 글이 끝나면 안되지...^^ LA의 뒷산인 Mt. Baldy의 높이는 얼마일까? 놀라지 마시라~ 10,064 ft 그러니까, 3,068 m 되겠다. 이 산은 산가브리엘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공식적인 이름은 Mt. San Antonio인데 모든 사람들이 그냥 Mt. Baldy라고 부른다. 우리가 차를 몰고 올라갔던 스키장 주차장의 해발고도가 6,400 ft니까 1,950 m로 딱 한라산 높이하고 같다. 거기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스키 베이스캠프가 8,500 ft라고 한다. 우스개 소리로 땅 넓은 미국에 와서 보니까, 태어나서 지금까지 참 좁은 땅에서 살았었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더군다나 나지막한 땅에 살았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음번에는 제대로 좀 더 알아보고 가족이 등산 준비를 해서 다시 가 볼 생각이다. (물론, Mt. Baldy를 올라간다는 말은 아니고, 경치가 좋은 등산로를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