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특집] ‘삼시세끼’ 역사, 그리 오래지 않지만 모두에게 1일1식 적합한지 논란… 공복 유지하면 ‘생명력 유전자’ 활성화된다는 1일1식, 과학적 검증 필요 



한국 사람에게 ‘삼시세끼’는 신화에 가깝다. 한국 사람은 하루를 밥심으로 시작해서, 밥심으로 버티고, 밥심으로 논다. 그런데 삼시세끼는 근래에 만들어진 신화다. 조선시대에 끼니는 보통 아침과 저녁 두 끼만을 의미했다.



어찌어찌하다 점심을 걸렀다. 아침은 원래 안 먹는다. 25년 가까이 그런 거 같다. 마침 1일1식 기사를 쓰는 차에 저녁 한 끼만 먹어보기로 했다.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힘 쓸 일도 별로 없다. 입만 떠들거나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만 까닥까닥한다. 중간중간 달달한 초콜릿을 먹기는 했다. 그런데도 한 끼 먹는 저녁 식사를 과식했다. 늦은 밤 퇴근하다가 술자리까지 불려나갔다. 역시 직장인에게 1인1식은 ‘철학’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세속의 벽이 많다.

몸무게 줄고 머리카락 나고

초등학교 교사인 전성실(42)씨는 1일1식을 시작한 지 7주째가 되어간다. 그에게 즐거운 식사 시간은 하루 한 차례, 오후 5시30분에 시작된다. 밥은 현미로 반공기 정도를 먹는다. 생선구이·나물무침·샐러드 등을 먹고 싶은 만큼, 적당히 양껏, 배부를 만큼 먹는다. 열량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요즘에는 아침에 제철 과일인 감이나 사과를 먹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침과 점심은 거른다. 물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 커피 같은 음료는 아예 마시지 않는다. 술은 1년 전에 끊었다. 몸에서 힘이 빠지는 대신 몸의 리듬이 바뀌었다. “아침에 한 차례 공복감이 찾아오는데 점심시간쯤에는 그런 느낌이 안 와요. 그러다 오후 4시쯤 공복감이 찾아오죠.”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회식도 가끔 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를 저녁 식사로 잡았다.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전씨는 ‘사전 연습’이 돼 있는 경우다. 그는 10년 전부터 채식을 했다. 키 177cm에 88kg이던 몸무게를 채식으로 68kg까지 줄였다. 밀가루 음식을 즐겨한 탓인지 체중이 다시 75kg까지 늘었다. 얼마 전부터 밀가루 음식을 끊었는데, 그러던 중에 일본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가 쓴 <1일1식>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됐다. 저자는 “동물실험을 통해 식사량을 줄이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생명력 유전자’가 활발히 활동하게 된다. 공복 상태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씨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1일1식 시작 5주 만에 몸무게가 7kg 줄었다. 피부도 좋아졌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었는데 ‘피부가 뽀얘졌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얼굴에 나던 뾰루지도 사라졌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머리털까지 나기 시작했다는 거죠.” 전씨는 이마 오른쪽 가르마가 시작되는 부분의 탈모가 심했다. 그 때문에 항상 머리를 내리고 다녔다. 전씨는 앞으로도 계속 1일1식으로 살아갈 생각이다. “요즘도 1~2주에 한 번 정도, 가끔 먹고 싶으면 하루 두 끼를 먹기도 해요. 억지로 1일1식을 하는 게 아니에요. 책에도 나온 것처럼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배고플 때 먹으라는 거지 무조건 하루 한 끼를 하라는 것은 아니죠.” 

한국 사람에게 ‘삼시세끼’는 신화에 가깝다. 한국 사람은 하루를 밥심으로 시작해서, 밥심으로 버티고, 밥심으로 논다. 그런데 삼시세끼는 근래에 만들어진 신화다. 조선시대에 끼니는 보통 아침과 저녁 두 끼만을 의미했다. 양반은 아침·저녁 식사 말고도 사이사이 3차례 정도 음식을 먹었다. 일반 백성들도 힘을 써야 하는 농번기 때나 경제적 여력이 있으면 낮 점심까지 세 끼를 먹었다. 당나라에서 유래한 점심(點心)은 원래 식사 시간과는 무관한 말이었다. 새벽에 출근하는 관리가 아침밥 먹기 전에 먹는 간단한 음식도 점심, 저녁 식사 전 오후에 조금 먹는 것도 점심이었다. 그러니까 점심은 간식이거나 식사 시간과 상관없는 ‘소식’(小食)의 의미였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후반부터 시간상의 ‘중식’이라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그래도 여전히 소식을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한다.(<의식주, 살아 있는 조선의 풍경> <조선시대 생활사2>, 역사비평사)

단순히 칼로리 줄인 효과일 수도

최근 통계를 보면 아침을 거르는 ‘결식 성인’의 비율은 20%를 넘고, ‘결식 학생’ 비율은 고등학생의 경우 40%를 넘는다. 국민건강영양조사나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의한 결과다. 식사를 거르는 행위가 통계로 잡힌다는 것은 ‘정상성’의 어떤 기준이 있다는 얘기다. 건강과 비만, 다이어트에 예민해진 한국 사회에서 식사 횟수 논쟁은 이제 낯설지 않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식사 횟수 논쟁은 ‘세 끼 vs 두 끼’ 구도였다. 세 끼 옹호론자들은 하루 3번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과식·폭식을 막고 비만·고혈압·고지혈증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아침 식사를 시리얼이나 핫도그, 도너츠 따위로 가볍게 때우는 미국식 스타일이 패스트푸드 체인의 ‘모닝 메뉴’를 만들었다. 그게 한국에 들어온 것이 2007년이다. 두 끼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현대인의 과잉 섭취 열량을 고려할 때 두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소화할 것이 줄어드니 바삐 움직이던 내장기관도 쉴 수 있는 이득이 있다고 한다. 

소식이 건강에 좋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이제 상식이 됐다. 반면 1일1식은 소식보다는 ‘공복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은 오랜 세월 하루 세 끼로 최적화가 됐다”며 “1일1식의 핵심은 결국 칼로리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서 건강이 더 좋아졌는지는 아직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고 했다. 식사 횟수(공복 유지)가 중요한지, 아니면 칼로리 자체가 줄어든 결과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동물실험과 달리 사람은 하는 일이나 생활 습관에 따른 변수가 많다. 3식·2식·1식을 하는 대조군을 만들어 반복 실험을 해봐야 식사 횟수에 따른 건강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같은 양의 칼로리를 횟수를 달리해 공급했을 때 1일1식의 효과를 실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북부병원 가정의학과 전재우 과장은 “의사에 따라 하루 세 끼를 꼭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몸이 두 끼에 적응됐다면 두 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갑작스러운 1일1식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세 끼나 두 끼에 맞춰져 있던 위나 장운동, 호르몬 분비 등 몸의 평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히 먹는 ‘음식유절’ 권고

끼니를 거르기보다 식사량을 조금씩 줄이도록 권유하는 전문가가 많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먹는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조선시대 농민들의 식사 풍경을 보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어른 머리통만 한 밥그릇을 하나씩 잡고 있다. 남평 윤씨·의성 김씨 가문에서 내려오는 사료에 비춰보면, 조선시대 성인 남자는 반상 구분 없이 오늘날의 3배, 어린아이도 오늘날 성인 남자보다 많은 밥을 먹었다고 한다.(<의식주, 살아 있는 조선의 풍경>) 이창열 생명마루한의원 원장은 “<동의보감> 등 도가의 영향을 받은 양생법에서는 소식을 권장하는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한의학에서 적정한 식사 횟수에 대한 가르침은 없다”며 “<황제내경 소문>에 마시고 먹는 데는 절도와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음식유절’(飮食有節) 정도만 언급돼 있다”고 했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1일1식을 권할 수는 없다. 성장기 학생이나 뇌가 바쁘게 돌아가는 수험생에게도 마찬가지다. 1일1식, 할 수 있는 사람만, 몸에 맞는 사람만 하면 되겠다. 음식유절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21] [한겨레신문]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