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봉렬 기자]
▲ "질문할 게 많은데..." 아쉬운 기자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에게 "평소 생각을 실행해 옮긴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힌 뒤 질문을 받지 않고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안철수 원장이 15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원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의 지분 가운데 절반을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차원에서 내 놓겠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제가 이룬 것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안철수 원장의 이메일 부분 발췌)


안 원장의 편지에 쓰인 말들은 구구절절 다 옳다. 지금까지 봐 온 자본가들의 기부를 통틀어서도 이처럼 기꺼이 박수 쳐 주고 싶었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노린 치밀한 계산이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면 전 재산을 사회 환원하겠다'던 이명박에 비하면 플라스틱 바가지 옆의 고려청자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손뼉을 치고 끝낼 수 있었다면 굳이 이 글을 시작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의 편지에는 이런 언급이 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안철수 원장의 이메일 중)




 자원의 편중된 배분은 핵심적인 문제

▲  15일 쌍용차 노조, 대우자동차판매 노조, 한진중공업 노조가 연대집회를 열고 있다. 
ⓒ 최지용






난 안 원장이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본다. 최근 1%와 99%로 이야기되는 자원의 편중된, 그것도 아주 극심하게 편중된 배분이 우리 사회의 핵심적 문제다. 개인 재산이 1조 원이 넘는 부자가 대한민국에 25명이 넘고, 그 중 삼성 일가만 8명이다. 한국의 10대 부자들의 재산만 해도 35조 원이 넘는다.


반면 경비노동자들은 업체가 그만두라고 할까 두려워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조차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에서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하나 둘 씩 죽어나가고 있다.


안 원장은 자신의 기부를 '마중물'로 해서 더 많은 기부를 불러 모으고, 그것을 통해 앞서 언급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난 안 원장의 기부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의도대로 이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인 '자원의 편중된 배분'을 없애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안 원장은 자본가 중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다. 그를 겪은 인물들은 그가 착한 사람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의 기부 역시 시기적으로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그의 선의를 믿어 주는 쪽이다. 하지만 안 원장과 같은 자본가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더 있을까. 안 원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안 원장 같은 자본가가 이제껏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원의 편중된 배분'을 위해 또 다른 안철수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은 '수주대토'의 미련함과 다를 바 없다. 진정 '자원의 편중된 배분'을 없애려면, 자본가 혹은 부자들의 선행에 기대려는 마음부터 접어야 한다. 대신 최근 논의되는 '버핏세'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부자들에게 (부의 재분배가 가능한 수준의) 정당한 세금을 물리는 게 현실적이면서도 올바른 방법이다. 이건희 회장처럼 부의 대물림을 위해 불법과 탈법을 동원하는 자본가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그와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


 '기부' 대신 '제도' 통해 분배 이뤄져야


또 한 가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나라 부자들의 개인 재산은 터무니없이 많다. 이건희 회장이 얼마나 뛰어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 재산 8조 원은 그의 능력에 대한 보상치고는 너무도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칙적으로는 돈이 돈을 벌기 때문에 개인이 8조 원을 벌 수 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사회가 과연 사람이 살 만한 사회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능력 있는 개인(혹은 능력 있는 부모를 가진 개인)은 수조 원의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개인(능력이 없다기보다는 능력을 쌓거나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개인)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극한 상황을 견뎌야 하는 사회체제가 과연 최선인가 하는 고민은 당연한 것 아닌가.


예전의 부자들은 부를 축적한 대신 탐욕스러운 이미지를 가졌다. 이제는 그 이미지는 능력의 상징이며, 근사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바뀐 듯하다. 돈으로 이미지까지 사 버린 것이다. 안 원장은 성공한 자본가이며, 교수이며, 부자다. 이제는 기부까지 하는 사람으로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리게 됐다. 난 자본가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성공을 거두고, 그 성공의 성과를 기부라는 형식을 통해 내놓으면서 명예까지 누리게 되는 이 현실이 못마땅하다.


안 원장 같이 능력 있고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에게 그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그 보상의 합당한 상한이 사회 구성원의 동의 아래 존재하며, 그 이상의 자산은 기부가 아닌 '사회적 제도'를 통해 분배가 이뤄지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할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