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갤럭시S’를 내놓고 뒤늦게 애플 추격에 나선 2010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고작 8.3%에 불과했다. 애플의 점유율은 배에 가까운 16%. 따라잡기가 불가능한 숫자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9개월 만인 지난 3분기 상황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삼성이 점유율 20.3%를 기록하며 애플(17.1%)을 보기 좋게 추월한 것. 삼성은 내년에 시장 점유율 23.7%로 애플(17.9%)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전망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기업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죽어가던 기업을 살리기도 한다.

국내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언제까지나 1등을 달릴 것처럼 보이던 제품을 순식간에 밀어내고 정상에 등극하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선두 기업이 1등의 달콤함에 취해 있는 사이 소비 트렌드 변화를 먼저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신라면’과 ‘나가사끼짬뽕’의 엇갈린 운명이 대표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판매된 삼양식품의 나가사끼짬뽕은 8월 300만개, 9월 900만개, 10월 1400만개가 팔리면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1986년 이후 25년 동안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국민 라면’ 신라면의 독주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과 함께 ‘백색 국물’ 라면으로 넘어가는 트렌드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롯데마트 PB(자체 브랜드) 제품인 ‘통큰 카레’와 ‘통큰 짜장’은 오뚜기 ‘3분 카레’, ‘3분 짜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이 제품은 지난 8월 각각 7만5000여개와 8만여개를 판매해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9∼11월에도 오뚜기 제품의 3배인 월평균 5만5000여개씩 팔리며 카레·짜장류 상품군에서 독보적인 매출 1위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어 가격을 낮추고 양은 늘리는 ‘통큰’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현재 롯데마트의 ‘통큰·손큰’ 브랜드 26개 품목 중 13개 품목이 해당 상품군에서 제조업체 브랜드(NB) 1등 상품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2년 동안 유지된 ‘섬유유연제=피죤’이라는 공식도 이윤재 피죤 회장의 구속과 함께 깨졌다. LG생활건강의 섬유유연제 샤프란은 9∼10월 점유율 44.6%로 피죤(25.5%)을 완전히 따돌렸다.

홈쇼핑업계에서는 만년 2인자인 CJ오쇼핑이 3분기 매출 2122억원으로 GS샵(2086억원)을 넘어서며 치열한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트렌드와 요구를 제때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변화무쌍한 경쟁시대에 언제든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